카자흐스탄 <토미리스 : 전쟁의 여신> : 전사
덧붙여 「황금 인간」이라고 명명되었지만, 이 옷을 입은 무덤 속의 인물은 18세 정도의 스키타이 계통의 공주나 왕자였다고 한다. 단순히 이름을 golden man이라고 붙여 카자흐스탄의 국가 상징물 중 하나로 사용하지만 고고학자들은 여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영화 포스터와 <황금인간>이라는 이름이 붙은 황금옷 유물(레플리카)영화에 등장하는 전차, 중동이나 이집트 등의 부조로 남아 있는 역사 속의 전투 장면에서 보았던 전차의 모습을 닮았다.토밀리스 여왕은 기원전 6세기 유라시아 초원지대에 살던 마사게타이족이라는 전사 유목민을 이끌던 여왕이었다. 마사게타이족은 스키타이 계통의 유목민으로 이란인이었다. 키루스 대제(BC 600년경BC 530년페르시아 제국의 건설자재위 BC 559BC 530)가 토미리스가 이끌던 초원의 유목민들과의 전쟁에서 죽었다니 가히 영화제목답게 전쟁의 여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었다. 실제로 그는 말을 타고 전사들을 이끌고 직접 전쟁을 치른다. 엄청난 영토를 정복한 키루스 2세가 전투장 뒤에 앉아 전쟁을 관람하는 것과는 달리.
키루스 대제 때의 페르시아 제국 바빌론 침공 전의 상황이 영화는 실제로 <황금인간>이 발굴된 카자흐스탄에서 2019년에 제작된 영화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라는 것을 알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낯선 나라에서 만든 영화라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이 영화가 통째로 유튜브에 올라온 사실을 알았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2시간 반 넘게 걸리는 긴 영화를 다 봤어. 카자흐스탄 언어와 몽골어가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내겐 몽골어처럼 들렸다. 영어자막이 제공되어서 나는 영어자막으로 봤다.(관심있는분은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 v=Abmmo 5g Hxv U&t=7448s )
말로만 듣던 초원지대가 저런 모습이구나, 끝없이 펼쳐진 평야, 약간의 구릉이 있지만 말을 타고 끝없이 달려가는 광활한 땅, 어릴 때부터 말을 타고 전사 훈련을 받는 전사 유목민. 말을 달려 화살을 명중시키고 마치 평지처럼 말 위에서 온갖 기술을 동원해 말과 혼연일체가 돼 싸우는 전사들, 아마조네스를 연상시킬 만큼 남성 전사들의 강력함, 얌전함과는 거리가 먼 여성들의 활발함과 에너지, 엄청난 수의 기마병들이 맞서 싸울 때의 폭발력, 사람을 잡을 때 나타나는 전사들의 아드레날린이 있다.
올여름 유목민의 삶이 궁금해 김현일이 쓴 유럽과 만난 동양유목민담을 읽은 적이 있다. 유목민에게 얼마나 다양한 종족이 있고 문화도 다채로운지, 그리고 서양 역사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역사적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사 유목민이 대제국에 얼마나 큰 위협을 가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오히려 그런 일이 너무 많아 아는 것을 포기했을 정도로 유라시아 초원지대를 무대로 살아간 유목민들의 삶은 너무 역동적이어서 나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유럽의 역사나 서양의 역사책에서는 전사 유목민이 가한 정말 큰 위협(예를 들어 훈족의 서로마 멸망, 몽골족의 침입 등)만 몇 가지 소개할 뿐 많은 유목민의 위협은 모두 언급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한 소개문을 읽다가 토미리스에 대한 이야기가 헤로도토스의 형역사담에도 언급돼 있다고 해서 찾아봤다. 오래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내용을 모두 잊고 있었다. 아마도 그때는 키루스에 대해 더 중점을 두고 읽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다시 이 부분을 찾아 읽으면서 군주의 거울이라 불릴 만큼 뛰어났고, 후대 국왕들의 교육에 본보기로 삼았던 키루스 2세가 토미리스에 비하면 아주 인색해 보일 정도로 토미리스의 기개가 더 튼튼해 보였다. 관심있는 분들은 헤로도토스 《역사》의 I권 201~216 장 (정병희 옮김, 숲 출판사에서 나온 《역사pp. 149~157)을 읽어보세요.
우리에겐 260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헤로도토스(BC 484년 추정BC 425년 추정)는 토미리스 여왕과 키루스 2세가 살았던 시대보다 50년 뒤에 태어난 역사가이니 우리보다 훨씬 생생하게 이 이야기를 접했을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유목민의 생활을 목격했으니 우리가 실감하는 것과는 강도가 달랐을 것이다.
토미리스 여왕은 죽은 키루스의 목을 베고 피를 가득 담은 가죽주머니에 그의 머리를 넣었지만 여전히 피에 굶주린 당신(키루스)을 피에 싫증나게 할 것이라는 경고를 그대로 실천했다. 이 장면이 유럽인들에게 인상 깊었는지 예술작품으로도 자주 거론된 것 같다. 다만 토미리스 여왕을 유럽인처럼 그려 그녀의 일대기를 모르고 작품을 보면 유럽의 여왕 정도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루벤스 '피 막힌 그릇에 키루스 머리 담그는 토미리스'토미리스와 키루스의 머리 1773년경 프랑켄탈 도자기 메이커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