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2019) - 증오와 분노만 남은 역사
★★
'봉오동 전쟁'은 반일 감정을 불쏘시개로 삼아 계속 불을 붙인다. 하지만 불이 타오르기는커녕 좀처럼 불꽃조차 튀지 않는다. 영화 자체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배우가 강한 톤의 연기를 펼치지만 캐릭터 구축은 약하고 허술하다. 액션 시퀀스는 편집 등이 잘 되어 있지만, 예측 가능한 장면이 대부분으로, 그 자체로 인상적인 장면은 부족하다. 카메라는 유려하게 움직이지만 인물에 더 깊이 들어가는 것도, 훌륭한 액션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비교적 훌륭한 연기, 액션, 카메라는 제 역할을 하는 대신 감정적인 자극을 추구한다. 거의 모든 장면은 상대가 얼마나 나쁘고, 자신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싸웠는지를 보여주는 데 쓰인다. 이 불길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목숨을 건 독립군의 저항을 뜻 감칠맛 나게 담으려면 캐릭터가 구축돼야 하고 캐릭터가 구축되려면 적절한 사정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인물의 이야기는 플래시백 몇 장면으로 쉽게 대체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왜 일본을 증오하게 됐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이들이 큰일을 꾸미든, 처절한 사투를 벌이든, 결국은 승리하든 남은 것은 결국 이를 악문 증오뿐이다.
상대를 지나치게 악마적인 존재로 설정한 것도 문제다. 일본군의 가학적 만행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지배피지배 역사는 잔인한 폭력 이미지에 가려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다. 어린 일본 병사들의 캐릭터도 일방적인 선악구도를 달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삽입한 것으로 보여 작위적이었다.
역사적 비극을 다루는 데 있어서 가장 옳지 못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길지 않은 사건이고 피해 당사자가 볼 수 있다고 가정하면 과연 피해 상황을 이처럼 자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었을까. 지나간 역사라고 해서 감정적 선동의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투 시퀀스도 공들여 찍은 이미지는 있지만 잘 짜여져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역동적인 카메라에 비해 액션 설계의 의외성이 부족했다. 이 정도 규모의 전투를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세부 전략 및 전술에서 '봉오동 전투'의 액션은 전반적으로 평이하다. 오합지졸 독립군이 어떻게 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는지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았다. (김한민 감독이 봉오동전을 차기작으로 맡게 됐지만 제작과 각색만 참여했을 뿐 전투 시퀀스만 놓고 보면 그의 전작 최종병기활 명량보다 부족한 면이 보인다.)
결국 봉오동 싸움은 소작함의 전투, 크게는 항거가 왜 이루어졌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독립군의 역사를 상대가 때리고 나도 때렸다는 식으로 압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스크린에 담으려면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에 대해 더 깊이 관찰했어야 했다. 물론 복수심은 충분한 동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독립군이 복수를 위해 결성된 것은 아니다.
봉오동 전투는 역사 속 사건들을 가능한 한 자극적으로 해석해 분노와 해소(또는 배설)의 과정을 대리 경험하게 함으로써 존재가치를 달성한다. 이런 얘기로 누군가의 감정이 해소됐다면 그래도 의미는 있겠지만(개인적으로는 이렇다 할 개운치 않은), 역사 속의 중요한 한 장면을 이처럼 얕은 수준으로 기억해 감정 해소에 활용한다는 것은 오히려 슬픈 일일 수 있다.
우리가 과거사에 대해 취해야 할 자세는 이보다 좀 더 성숙해야 마땅하다. 이 영화가 그린 이야기가 과연 승리의 역사일까. 오히려 패배를 더 오래 기억하게 하는 역사가 아닐까. 이런 얘기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에 산다는 것은 오히려 또 하나의 비극일지도 모른다.







